Seungjoon Song




SeungJoon Song reexamines
cultural and historical contexts
through the concept of nature,
revealing how prejudices and
misconceptions surrounding the
notion manipulate our reality. 

Song attempts to redefine the
concept of nature from an inter
-relational ecosystem perspective
through design field in order to
deconstruct the binary thinking
between humans and 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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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열장의 사물들 (2024)

진열장에 가지런히 놓인 사물들이 고객들의 소비를 유혹할 채비를 마치고 침묵과 함께 대기 중이다. 특가 할인이 적힌 가격표와 품질을 인증하는 마크가 곁에서 그들의 유혹을 조력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들을 유심히 바라보니 그 생김새가 곤충과 식물 따위의 생물 표본과 흡사하다. 송장처럼 기능을 잃고 차갑게 식어버린 껍데기 사물들이 전족 작업을 마친 곤충 표본처럼 바닥에 규칙적으로 고정되어 있다.

그것들은 비록 죽어있지만 소비를 통해 단순히 소유되고 착취당하는 인간과의 피지배 관계에서 탈피하여 생물과 동등한 지위와 자격을 얻은 것처럼 당당해 보인다. 혹스(Hox) 유전자를 가진 양향 동물들(Bilateria)처럼 좌우대칭을 한 사물들이 진열된 이 변종적인 모습의 쇼케이스 디스플레이는 인류세 이후 자연과 인공을 구분하는 것의 무의미와 실로 권위적이며 생동적인 사물의 위엄을 동시에 기리는 기념비 같아 보이기도 한다. 반면 특정한 시간대와 장소의 증거가 되는 표본의 관점에서 이것들은 사물 생태계의 생태적 일원으로 공생하는 인류의 현주소를 표상하는 듯하다. 또한 미래의 진화를 예측하는 데이터로도 활용되는 표본의 또 다른 기능적 관점에서 이 하이브리드는 ‘과연 비인간 생물과 사물 중 무엇이 오늘날 인류의 진화를 결정하는가?’라는 질문을 불러일으킨다.





24–09–2024

어둠이 내린 숲의 향 (2024)

<어둠이 내린 숲의 향>은 네덜란드 유학 시절 에인트호번의 Philips De Jongh 숲에서 경험한 일화로부터 시작된다.

‘…숲에 어둠은 순식간에 찾아왔다. 바람이 불자 숲의 검은 실루엣은 일제히 기괴한 소리를 내며 몸을 떨었다. 내게는 놀이터나 다름없던 낯익은 그곳이 한순간에 도망치고 싶은 미로로 변하였다. 하지만 어둠에 시야가 무뎌지자 비로소 포근한 흙 내음과 알싸한 풀 향기가 점점 진동했다. 숲의 향기는 내가 결코 다른 곳에 있지 않음을 이야기해 주었고 그 공포를 마주할 용기가 돼 주었다...’

익숙함이 낯섦으로 전복된 어둠이 내린 숲(Navy Woods)은 당연했던 것에 부자연스러움과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는 현대 사회를 투영한다. 어둠이 내린 Philips De Jongh 숲의 풍경을 재현한 설치 작품과 함께 공간을 가득 채우는 숲의 향은 관람객들을 일화 속의 주인공으로 초대하며 오늘날의 불안과 공포에 마주할 용기를 선물한다.

직접 촬영한 Philips De Jongh 숲의 사진을 어둠과 빛을 반전시키는 청사진법(Cyanotype)으로 인화하고 액자 구조로 배치해, 낯설고 기괴했던 어둠이 내린 숲의 풍경을 재현하였다. 공간에 미로처럼 놓인 액자 조각은 숲에서 느꼈던 공황에 대한 회상을 물질화하며 관람객들의 향에 대한 경험적 사유를 촉진한다. 동시에 햇빛에 반응하여 인화되는 청사진법으로 완성된 어둠이 내린 숲의 풍경은 실제로 수백 분의 햇살을 머금고 있으며 희망과 긍정의 미래를 암시한다.


본 작품은 오일 향 전문 브랜드 UNVANISH의 Foggy Hinoki Forest 향 프로모션 전시의 일환으로 제작되었습니다.




24–09–2024

2123년 10월 21일, 녹색지대 신문에서 배포한 호외 (2023)

‘…신문 조각이 바닥에 떨어져 있다. 그것은 녹색지대 신문에서 배포한 긴급 호외로, 2123년 10월 20일 오후 2시 34분 CGZ 정부 관할의 태평양 북부 연안에서 발발한 포격 교전에 대한 내용을 언급하고 있다. 민간인 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번 참극은 급진적인 WGZ 사상을 가진 태평양 해적들에 의해 발발된 것으로 확인됐다. 오늘날 세계 각국의 정부는 녹색지대와의 전쟁을 옹호하는 ‘WGZ(War with Green Zone) 정부’와 녹색지대와의 공존을 주장하는 ‘CGZ(Coexistence with Green Zone) 정부’로 나누어졌다. 과거부터 이들의 과열된 이념적 대립이 세계 3차 대전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는 추측은 녹색지대에 고립된 인류의 상황을 더욱 위협적으로 만들어왔다. 하지만 이번 태평양 연안 포격전으로 인해 그것은 더 이상 가설이 아닌 수면 위로 올라온 실질적인 공포가 되었다...’


본 작품은 ‘초거대 녹색지대’의 세계관을 공유합니다.




24–09–2024

유전자 변형 총알개미의 둥지 폭탄 (2023)

‘…인류가 녹색 무인지대들에 둘러싸인 지 벌써 십수 년이 지났다. 녹색 표지판들은 여전히 폭력적인 녹색 풍경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허공을 회전하고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인간이 미처 적응하지 못한 이 구역들에 적응 가능한 생물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인류세 이후에 지속적으로 소실됐던 종 다양성이 최초로 대거 복원되며 지구 생태계의 불균형이 회복됐다. 이에 따라 인간을 향한 폭력이 인간을 구원하는 역설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주장하는 극성 환경 운동가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지구환경을 위해 의도적으로 영토를 무기화해야 한다고 외치며 유전자 변형 곤충을 이용한 테러 무기들을 개발했다. 총알개미는 슈미트 고통지수 4+등급으로 곤충 가운데 가장 고통스러운 신경독을 가진 곤충이다. 그들은 유전자 변형을 거쳐 인간의 체취만을 쫓아 공격하도록 조작됐으며 살아있는 대인(對人) 무기로 재탄생했다. 해당 폭탄은 2123년 3월 2일 늦은 밤, 세계 각지의 상공에서 일제히 투하됐으며 그 개수는 약 1만 개로 추정된다. 관련 테러를 일으킨 환경 운동가의 신원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다…’

실제로 한국 비무장지대(DMZ)는 과거 한국 전쟁으로 초토화됐던 황무지였지만 남북 사이의 정치적 폭력에 의해 70년 동안 인간의 출입이 제한되며 5,929종의 야생 생물이 살아가는 한반도의 핵심 생태 축으로 변모했다. 인간의 접근을 위협하는 폭력이 아이러니하게도 지구 상의 모든 생명의 안전망을 제공하는 생물 다양성 복원이란 낙관적인 결과를 잉태한 것이다. 송승준은 그의 상상적 세계 속에서 ‘극성 환경 운동가의 테러 무기’라는 설정을 통해 이 역설적인 상황을 더욱 극적으로 서술한다.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 자기 파괴적인 선택을 하는 비극적이고 비정상적인 인류를 그려낸 그의 이야기는 생태계 파괴에 대한 인류의 통제 불가성과 무기력함을 지적하며 지구환경 속 인간의 존재와 역할을 질문한다.


본 작품은 ‘초거대 녹색지대' 세계관을 공유합니다.




24–09–2024

나무에서 떨어진 녹색 표지판 (2023)

‘…아르누보 양식의 녹색 표지판 조각들이 제왕나비의 번데기처럼 주렁주렁 수목에 매달려 있다. 녹색 표지판들은 바람을 따라 느릿하고 공허하게 회전하며 번성한 자연의 존재를 경고한다. 이 세계의 녹색 지대는 인류가 적응할 수 없는 인간 소외의 땅을 상징한다. 방향 없이 부유하는 녹색 표지판들은 위협적인 녹색 풍경에 둘러싸인 인류의 고립된 처지를 이야기하는 듯하다. 표지판 중 하나가 나무에서 떨어진 채 방치되어있다. 그곳에 닿을 수 없는 인간과 다르게, 이름 모를 잡풀과 덩굴은 어느새 표지판 위를 오르고 있다…’

<나무에서 떨어진 녹색 표지판>은 한국 비무장지대(DMZ)와 체르노빌(CEZ), 후쿠시마(FEZ) 지역을 일컫는 무인지대(無人地帶, No man's land)를 탐구함으로써, 작가가 통찰한 녹색 풍경이 가지는 상징성의 전복을 이야기한다. 무인지대는 방사능과 오염물질, 전쟁 무기로 인해 가상으로서만 현실에 실재할 수 있는 ‘지구 속의 우주’와 같다. 인간은 그곳에 들어가기 위해서 특정한 의복을 입어야하며 특정한 규칙 아래에서만 활동이 가능하다. 하지만 통제불능의 폭력성이 정복한 이 섬뜩한 미지의 세계에 자연은 푸르른 자취를 남기며 무심한 등장을 반복해왔다. 우리는 손닿지 않은 자연(Untouched nature)을 이상적 자연의 원형으로 인식하지만, 과연 인간이 사라진 자연을 이상적으로만 바라볼 수 있을까? 인류의 근시안적인 생태 파괴가 계속 가속화된다면, 우거진 수목으로 덮인 아름다운 푸른 풍경은 인간을 위협하는 불가사의한 존재의 예고로 변모할 것이다. 《나무에서 떨어진 녹색 표지판》은 녹색의 상징성이 공포와 위협이 아닌 치유와 평화로움으로 유지되었으면 하는 작가의 바람에 대한 표현이다.

(보색 대비를 이루는 창백한 초록색 판과 붉은색 문구의 병치는 디지털 이미지에 담겼을 때 미세한 픽셀 깨짐 현상을 동반하는데, 이는 기술로 매개되는 인간의 완전한 지배를 초월하는 녹색 풍경의 폭력성을 암시합니다.)


본 작품은 ‘초거대 녹색지대' 세계관을 공유합니다.




24–09–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