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ungjoon Song




SeungJoon Song reexamines
cultural and historical contexts
through the concept of nature,
revealing how prejudices and
misconceptions surrounding the
notion manipulate our reality. 

Song attempts to redefine the
concept of nature from an inter
-relational ecosystem perspective
through design field in order to
deconstruct the binary thinking
between humans and 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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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per Green Zone

DMZ Biod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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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생태보고서 누락종 (Missing Species in DMZ Biodiversity)





1. 긴부리참새 (Long-billed Sparrow)


긴부리참새는 평야 지대와 습지가 발달한 DMZ의 서부전선에서 서식하는 참새과(Passeridae)의 새이다. 그들은 ‘폭탄 제조 새(Bomb Making Birds)’로도 알려져 있는데, 둥지의 외벽에 화약을 바르는 독특한 건축 방식 때문이다. 그들은 파손된 지뢰와 불발탄의 좁은 틈으로부터 화약을 획득하기 위해, 긴 부리를 가진 모습으로 진화하였다. 화약으로 뒤덮인 둥지는 화염과 접촉하게 되면 폭발하는 잠재적인 폭탄과 같기 때문에 긴부리참새는 주로 물기가 많은 습지 주변의 갈대 줄기에 둥지를 튼다.

그들이 둥지를 작은 폭탄으로 만드는 위험한 모험을 감행하는 이유는 천적으로부터 그들의 알들을 보호하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DMZ 내에 서식하는 대부분의 포유류와 조류는 후각을 통해서 지뢰의 위치를 식별하며 그들은 선천적으로 화약 냄새를 두려워하고 경계하는 성향을 갖고 있다. 긴부리참새는 이러한 그들의 습성을 활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잦은 화공작전에 의해 그들의 둥지는 위협을 받고 있다. DMZ가 산불에 휩싸이면, 지뢰와 불발탄이 폭발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린다. 아마도 그 폭발음 중의 몇몇개는 긴부리참새의 둥지가 폭발하는 소리일지도 모른다.







2. 잿개나리 (Ash Forsythia)


잿개나리는 개나리속(Forsythia)에서 유일하게 노란 꽃이 아닌 붉은 꽃을 피우는 덤불이다. 그들의 또 다른 이름은 ‘플레이밍 부쉬’인데, 화마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서 개화하여 선홍빛의 군락을 이루는 모습이 마치 아직 꺼지지 않은 불씨를 닮았기 때문이다.   

DMZ의 식생은 원시림으로 덮여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잦은 산불로 인해 대부분 2차 천이의 초기 단계에 머무르는 단순한 산림 구조를 가지고 있다. DMZ에는 매년 평균 10건이 넘는 원인 모를 산불이 발생하는데, 이는 감시 및 사격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북한에서 의도적으로 실시하는 화공작전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잿개나리는 불이 발생하기 쉬운 환경인 DMZ에 적응한 발열성 개화 종으로, 토양보다 잿더미에서 더 유리한 성장 조건을 가진다. 그들의 씨앗은 잿더미 속의 철분을 섭취하며, 화재 이후 48시간 이내에 잿더미 속에서 꽃을 피운다. 불꽃처럼 생긴 그들의 꽃에서는 실제로 나무가 타는 듯한 냄새가 나는데, 이 매캐한 꽃향기는 해충으로부터의 방어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동시에, 탄 목재들에 산란을 하기 위해 모여든 침엽수비단벌레(Black fire beetle)를 꽃가루 매개자로 유인하는 역할을 한다.







3. 비명수리 (Screaming Eagle)


비명수리는 DMZ 남방한계선(SLL)에서 사계절 서식하는 수리과(Accipitridae)의 날지 못하는 맹금류이다. DMZ의 남쪽 경계를 지칭하는 남방한계선에는 248Km에 걸쳐 이중 철책선이 평행하게 설치되어있으며 그사이의 간격은 고작 4~5m에 불과하다. 이 이중 철책선 사이의 좁은 공간은 비명수리의 서식지이자 그들이 사냥에 활용하는 거대한 덫이다.

비명수리는 그들의 이름처럼 비명과 같은 울음소리를 낼 수 있는데, 사실 그것은 새끼 고라니를 그들의 서식지로 유인하기 위해 어미 고라니의 울음소리를 흉내 내는 것이다. 이중 철책선의 통문은 하루에 2~3번 개방되는데, 그 시간에 맞춰 비명수리는 새끼 고라니를 유혹한다. 그들의 꾀임에 속아 통문을 통해 그들의 서식지로 들어온 새끼 고라니는 미노타우로스의 미로에 갇힌 제물과 같다. 두 철책선 사이의 식생은 감시 시야 확보를 위해 남한 군인들에 의해 주기적으로 제거되기 때문에 새끼 고라니는 부족한 먹이로 인해 쇠약해지며, 비명수리는 큰 노력 없이 그들을 사냥한다. 영리한 사냥 전략으로 인해 비명수리는 맹금류임에도 불구하고 게으른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그들의 날개는 완벽한 서식 조건 아래에서 에너지 보존을 위해 퇴화하였다.  







4. M14지뢰무늬나비 (Toepopper Swallowtail)


M14지뢰무늬나비는 봄이 오면 DMZ 전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호랑나비과(Papilionidae)의 나비이다. 그들은 양 날개에 걸쳐 일명 ‘발목 지뢰’라고 불리는 ‘M14 지뢰’의 형상을 모방한 무늬를 갖고 있다. 포식자를 위협하기 위해 위험한 종처럼 외모를 속이는 베이츠 의태(Batesian mimicry)는 곤충 세계에서 흔히 관찰되는 위장술이다. M14지뢰무늬나비가 눈속임의 모델로 M14 지뢰를 채택한 사실은 그들이 무생물 무기인 M14 지뢰를 위험한 생명체처럼 인식함을 나타낸다. 그리고 여기에는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활동하는 M14 지뢰의 독특한 특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측된다.

DMZ에 약 30만개 매설된 것으로 추측되는 M14 지뢰는 추적이 불가능하도록 기폭장치를 제외한 모든 부품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으며, 지름 56mm와 높이 40mm의 작은 크기와 100g의 가벼운 무게를 갖고 있다. 여름철 M14 지뢰는 홍수와 산사태를 따라 활발히 이동하고 햇빛을 통해 그들의 국방색 외관을 황토색으로 탈바꿈한다. 가을이 되면 그들은 낙엽 사이에 변색한 그들의 몸을 은밀히 숨기고 겨울에는 뇌관이 얼어붙어 마치 동면하는 동물처럼 휴식기를 가진다. M14지뢰무늬나비의 몸통과 날개의 색은 변색한 M14 지뢰의 색상과 유사한 황톳빛을 띄며 날개의 M14 지뢰 무늬의 크기 또한 M14 지뢰의 실제 크기와 유사하다.







5. 대전차지뢰하늘소 (Mine-Boring Longhorn Beetle)


대전차지뢰하늘소는 산악지형이 발달한 DMZ의 동부전선에서 서식하는 하늘소과(Cerambycidae)의 딱정벌레이다. 그들의 암컷 성충은 강력한 턱으로 M6 혹은 M15와 같은 대전차 지뢰의 녹슨 철피를 파손시키고 그 속에 산란한다. 부화한 유충은 대전차 지뢰 안에서 화약 속의 숯 성분을 미네랄로 섭취하며 성장한다. 유충의 뱃속에는 화약을 분해할 수 있는 박테리아가 있으며, 그들의 배설물은 숯 성분을 포함하지 않아 더 이상 화약으로서 기능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폭발물 처리 딱정벌레(EOD beetle)’라고도 불린다.

일반적으로 소나무와 같은 목본 식물을 섭취하는 하늘소의 유충이 어떻게 화약을 섭취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여러 가설이 제시되고 있다. 가장 유력한 가설은 대전차지뢰하늘소가 대전차 지뢰에만 산란한다는 사실에 근거를 둔다. DMZ에는 잦은 화공 작전으로 인해 20년 이상 된 나무가 전체의 20%도 안 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애벌레 방을 만들 수 있는 충분한 지름을 가진 고목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이유로, 그 가설은 대전차지뢰하늘소가 고목처럼 30~35cm의 지름을 가지며 DMZ에서 훨씬 더 풍부한 자원인 대전차 지뢰를 대체 산란 장소로 선택했다고 설명한다. 대전차지뢰하늘소는 지뢰 안의 화약을 노리는 긴부리참새의 주요 먹잇감이기도 하다.







6. 호리멧돼지 (Slender Hog)


‘DMZ 아기멧돼지’로도 불리는 호리멧돼지는 DMZ 전역에 널리 분포하여 서식하는 멧돼지속(Sus)에 속하는 돼지이다. 그들은 몸길이 60-80cm, 몸무게 9-12kg의 작은 신체를 가지고 있어서 최초에 아기멧돼지(Porcula salvania)의 아종으로 생각되었으나, 멧돼지와 유전적 계통이 매우 밀접하여 멧돼지에서 진화한 종으로 밝혀졌다.

DMZ는 세계에서 단위 면적당 지뢰 밀도가 가장 높은 지대이다. 최대 300kg까지 무게가 나가는 멧돼지는 10Kg 이상의 압력에 작동하는 대인 지뢰뿐만 아니라, 130Kg 이상의 압력에 작동하는 대전차 지뢰에도 표적 대상이 된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생존에 우세한 날씬한 체형의 멧돼지가 번성하게 되었으며, 번식력이 높은 멧돼지의 특성 때문에 진화가 가속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호리멧돼지는 지뢰를 피하기 위해, 날씬한 신체 외에도 넓은 보폭으로 움직일 수 있는 긴 다리와 지면과의 접촉 면적을 최소화하는 송곳니와 같은 발굽을 가지고 있다.







7. 담비포자충 (Toxoplasma Marten)


담비포자충은 노란목도리담비의 체내에서만 번식이 가능한 톡소플라즈마속(Toxoplasma)의 원생동물 기생충이다. 그들은 호리멧돼지에 기생하며 그들을 중간숙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DMZ에서만 관찰된다. 담비포자충은 최종 숙주인 노란목도리담비를 유인하기 위해 호리멧돼지의 중추신경계에 침투하여 그들의 뇌를 조종한다. 호리멧돼지는 그들의 진화설이 설명해주듯, 태생부터 지뢰에 대한 공포감을 매우 강하게 지니고 있다. 하지만 담비포자충에 감염된 호리멧돼지는 지뢰의 화약 냄새를 발정기의 암컷 오줌 냄새처럼 느끼게 되며 지뢰에 매혹된다. 그들은 지뢰가 묻힌 땅을 파헤치는 자살행위를 비정상적으로 반복하다가 결국 사망에 이르고 만다.

DMZ에는 철조망에 의해 넓은 활동 반경을 가진 대형 포식자들이 살 수 없기 때문에, 소형 육식동물인 노란목도리담비는 DMZ 생태계에서 지뢰만큼이나 무서운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별도의 사냥 활동을 하지 않는데, 담비포자충에 감염된 호리멧돼지의 사체만으로도 충분한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8. 위장비둘기 (Camoflage Dove)


위장비둘기는 남측 DMZ의 최전방 무장 감시초소(GP)에 서식하는 바위비둘기(Rock Dove)의 아종이다. 대도시의 비둘기는 중금속이 함유된 먹이들을 해독하기 위해 멜라닌 함유량이 높은 어두운 깃털을 가지도록 진화하였다. 반면에 위장비둘기는 흑화된 도심 속 비둘기와는 다르게 화려한 오색의 깃털을 가지고 있어, 최초에는 반세기 넘게 인간의 접근이 제한되어온 DMZ의 자연환경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그들의 깃털 색은 서식지인 감시초소 외벽의 군용 무늬와 유사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맹금류와 같은 천적을 피하기 위해 위장 색을 갖도록 진화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북측의 감시초소는 과거 미군의 공중 공격에 대한 트라우마로 지하화되어있지만 남측의 감시초소들은 중세 시대의 성채처럼 외부로 높게 조성되어있다. DMZ 내부에는 약 150여개의 감시초소가 설치되어있으며 약 5000명의 남북 무장 군인들이 상주하며 24시간 국경을 경계한다. 위장비둘기는 화려한 깃털 색으로 인해 낮에는 천적들에게 쉽게 노출되기 때문에 어둠 속에서만 활동하는 야행성 비둘기로 진화하였다.